[30m] 돌고 돌아 돈까스 … 머릿말 수정 (초고 작성)
(초고 작성)
결국 돌고 돌아 돈까스다.
매일 찾아오는 점심시간. 직장인으로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메뉴 선정이다.
찌개는 보글보글 맛있지만 다 먹고 나면 옷이며 머리에 냄새가 배는 게 신경쓰였다. 백반은 너무 평범한데다 한식뷔페를 갈 바에는 왠지 차라리 구내식당이 나을 것 같다. 일식은 회 싫어하는 사람이 점심 멤버 중에 있을 수도 있고, 스시 세트는 보통 비싼 편이라서 조금 부담스럽다. 국수는 면 대신 밥 좋아하는 사람은 싫어할 수 있으니 또 애매하고. 피자나 파스타는 나이 지긋한(?) 분들은 느끼하다고 안 좋아하실 것 같다. 그렇다면 타코나 수제버거 같은 건? 나야 좋지만, 이거야말로 연장자를 위한 배려가 없는 메뉴 선정이려나……?
그렇게 결국 돈까스로 귀결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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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와 메일, 그리고 회의를 하면서도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는 있다. 선후배, 상사, 임원, 더 나아가서는 사장님과도 그런 소통은 할 수 있다.
진짜 이야기는 뭔가를 먹으면서 나왔다. 밥을 같이 먹고, 커피를 같이 마시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사적인 이야기들을 들으면 그전까지는 무채색으로 보이던 동료들이 총천연색의 다채로운 개인들로 보이기 시작한다. 아이 키우는 이야기. 새로 오픈한 수제버거 집에서 점심 먹으려고 줄 서있던 이야기. 고생길이 훤한 부서로 발령받았을 때의 격한 감동(?). 주말마다 전국 각지로 떠나는 여행자. 그렇게 안 보였는데 게임 덕후 또는 로맨스 판타지 애독자인 동료.
일과 커리어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관점들을 듣는 것도 흥미로웠다. 다들 회의 때는 어른스러운 사람들처럼만 보였는데, 알고 보니 그들도 힘들거나 화가 나거나 혹은 민망하고 감개무량한 감정들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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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밋해 보이는 직장인의 생활이지만.
회사 사람들과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하면서 나누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즐거웠다. 회의 때는 들을 수 없던 이야기들이었다. 회사 안과 회사 밖에서 다들 어떻게,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나는 어떻게, 무슨 관점을 가지고 살아가면 좋을지도 생각했다.
하루하루의 이야기를 인스타그램에 일기처럼 적었다. 오늘은 누구랑 뭘 먹었고,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는 포스팅들이었다. 뜻밖에 많은 분들께서 이야기를 좋아해주셨다. 때로는 이야기와 함께 올린 식당 정보를 보고 찾아갔더니 재미있었다고 하는 분들도 계셨다. 내가 좋아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도 좋아해준다는 게 기뻐서 계속 쓰다보니 차곡차곡 이야기가 모여갔다. 어느새 책 한 권 분량이 나왔다.
솔직히 직장인의 이야기는 그다지 다이나믹하거나 화려하지는 않다. 그런 이야기들은 스타트업이나 고강도 고소득 업종에 많이 있다. 그에 비해 직장인이라면 오히려 때때로 본인 직업에 있어서는 자기 자신조차 아리송해지곤 한다.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을 받고서 ‘그러게 내가 무슨 일을 한다고 해야 할까……’ 하고 고민이 깊어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회사원의 회사생활 이야기는 무척 드물었다. 드라마에서는 회사에서 회사원들이 연애하는 로맨스를 그리거나, <미생>처럼 실제와는 사뭇 다른 모험 가득한 회사생활을 그린다. 이따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같은 극사실주의 소설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것도 회사 생활 그 자체보다는 부동산 투자라든지 이런 쪽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인스타그램에 올린 소소한 이야기들에서는 어쩌면 공유 일기장 같은 재미가 있었던 걸까? ‘내 이야기’를 읽는 듯한 즐거움.
이 책이 다른 직장인분들에게는 공감과 위로와 즐거움을, 비직장인분들께는 ‘아 저런 삶도 있구나’ 하는 신선한 간접 체험의 기회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