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작업

[25m] <돌고 돌아 돈까스> 서문

milimiliemilie 2025. 4. 14. 21:19

// 작성 소요시간: 20m //

// v 서문 ... 맞춤법 수정 5m //

서문을 적으며 생각합니다. 그동안 다른 책을 읽으면서, 서문을 주의 깊게 읽어본 적이 있었던가……?

돌이켜보니 그랬던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재미있게 읽은 책은 많아도, 그 책들의 서문이 어떠했는지는 전혀 떠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기억나는 쪽은 책의 엔딩 부분입니다. 해피엔딩인지, 여운이 남는지, 혹은 역시나 죽을 것 같았던 캐릭터가 죽으면서 끝나는지, 그런 것들 말입니다.

그래도 막상 쓰는 입장이 되어보니 심혈을 기울이게 됩니다. 제작 과정을 살짝 말씀드리자면, 이 책의 이야기들은 대부분 퇴근길에 아이폰으로 적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면 살짝 다듬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곤 했지요. 물론 때로는 집에 와서도 한참 동안 마저 썼지만, 대체로 ‘일상을 살아가는 데에 큰 지장이 없을 만큼’의 시간을 내어 쓴 글들입니다. 그런데 서문 하나를 쓰는 데는 몇 날 며칠이 걸렸습니다.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표현이 딱입니다.

하지만 많은 독자분들께서는 책을 읽을 때 저처럼 서문을 대충 읽고 넘기시겠지요. 고백하건대, 저는 심지어 아예 서문을 패스하고 읽을 때도 종종 있었답니다! 그래도 어쩌면 이 페이지가 누군가에게는 책의 첫인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손끝이 또 망설여집니다. 공들여서 차곡차곡 쌓아온 이야기인 만큼, 정말 잘 보이고 싶은가 봅니다.

사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날 때부터 책이 될 운명은 아니었습니다. 시작은 인스타그램에 올리던 연재 에세이였지요. 회사원으로 그저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문득 ‘이런 일상일지라도, 기록할 만한 일이 분명 하루에 하나쯤은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후로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글을 꾸준히 올렸습니다. 그날 먹은 음식이나 커피 사진에, 그때 같이 있었던 동료와 나눈 이야기를 곁들였습니다. 점심에 동료 누구와 칼국숫집에 갔는데, 그 집 마늘 김치가 엄청 맛있었고, 동료분이 들려준 자기 살아온 이야기가 이러이러해서 흥미로웠다, 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그렇게 한 직장인의 소소하고 즐거운 일기가 이어졌습니다. 물론 인스타그램은 애초에 사진 보려고 놀러 오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었으니 장문의 텍스트를 들이밀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가볍게 읽고, 가볍게 웃고, 가볍게 공감할 수 있는 글들이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네 컷 만화 같은 짧은 에피소드들은 쓰는 제 마음에도 즐거웠습니다. 원래도 해피엔딩과 시시한 농담을 좋아하는 성격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저만 즐겁게 쓰는 이야기들이었다면 이렇게 책으로 낼 용기를 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께서 댓글로, 혹은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하는 감상을 전해주셨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며칠 동안은 코멘트의 기억이 떠올라 혼자 몰래 기뻐하기도 했으니, 그야말로 계속 써나가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꾸준한 업로드는, ‘이런 추세로 글이 모인다면 언젠가 책으로 묶을 수 있을 지도?’ 하는 상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니 결국 이 책은 연재 에세이를 재미있게 읽어주신 독자분들 덕에 나왔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겠지요.

아참, 주의사항이 한 가지 있습니다. 아무래도 직장 다니면서 사람들이랑 밥 먹고 이야기 나눈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곳곳에 직장인 냄새가 폴폴 나는 표현의 디테일들이 숨어 있습니다. 혹시라도 회사 생활에 신물을 느껴 퇴사를 하고 다른 일을 하고 계신다거나, 하는 분들께서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일종의 PTSD(?)를 느끼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회사에 다녀보지 않은 분들께서 직장인의 삶은 어떻고 또 그들은 무슨 고민을 하면서 사는지가 궁금하시다면, 이 책이 좋은 간접 체험의 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이 글의 절반 정도는 출산휴가 들어가기 전에 임신한 몸으로 회사를 다니며 썼으니, ‘회사를 다니는 임산부의 하루’라든지 ‘육아하면서 회사 다니는 사람들 이야기’ 같은 것이 궁금하신 분들께는 더욱 흥미로울 것입니다. 물론 읽다 보면 책의 초반부터 임신 관련된 얘기가 나오다 보니, ‘그런 기간은 절반 정도라며?’라고 의아해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단순히, SNS에 시간 순서대로 업로드한 글들을 책이라는 형태로 다시 묶으면서 살짝 순서가 바뀐 탓이랍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무슨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생활상을 대표한다든지, 그런 거창한 얘기가 되지는 못합니다. 애초에 저라는 사람 자체가, 소심한데 어쩌다보니 대기업이라는 큰 조직에서 그럭저럭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그런 타입이기에 한계도 좀 있고요.

하지만 다행히, 오히려 그런 점으로 말미암아 이 책이 소소하고 일기 같은, 그래서 공감이 가는 회사 생활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지게 된 면도 있습니다. 비록 책으로 다듬는 과정에서 음식 사진은 생략하게 되었지만,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날 방문했던 맛집 정보도 같이 껴들어가고 말이지요. 사실 이 부분은 고민을 좀 했습니다. 명색이 ‘책’이니까 맛집 정보는 생략할까 했거든요. 음식 사진도 없고, 심지어 때로는 글 자체에도 음식 관련 얘기가 하나도 없는데, 그런데도 맛집 정보를 꼭 원문(?)을 따라서 집어넣어야 할까? 하지만 인스타그램에 연재할 때 의외로 이 맛집 정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같이 실었습니다. 점심 메뉴 선정에 참고가 되고 있다고요.

그래서, 여러분의 오늘 점심 메뉴는 무엇인가요? 짜장면? 아, 점심으로는 조금 느끼할 수도 있겠네요. 그럼, 고기는 어떤가요? 역시 대낮에 냄새 폴폴 풍기며 고기를 굽기는 좀 그렇겠지요. 김치찌개는 어떠세요? 그것도 좀 옷에 냄새가 밸 수는 있겠네요. 아무래도 점심 시간 끝나고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옷에서 잔뜩 찌개 냄새를 풍긴다면 조금 난감할 수는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별 수 없이 오늘도 그 메뉴군요. 돌고 돌아 돈까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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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에 할 일

- 서문 ... 최종 수정하기 -> 워드, 이펍에 넣기

- 오타 등 ... 수정하기 (워드, 전자책)
- 추천업체 찾아보기 (배본사, 인쇄소)
- <아직, 도쿄> … 1시간 이상 읽기 (틈틈이라도 읽자. 적셔두어야 할 듯)
- 서문 수정하기 (에필로그 형식으로. 이 또한 한 편의 글이라는 생각으로 작성. 블로그에 작성해야 잘 써지려나...?)
- 표지 작업 마저 진행 (* 업로드용 표지는, 서문 등 수정해서 페이지수 최종 확정되면 그 때 제작)
  . 다른 책 표지들도 만들어보기 (시리즈화 가능 여부 확인)
- 상세페이지 수정하기 (표지 먼저 고치고. 맨 처음에는 '진짜 이야기는 밥 먹을 때 나온다' 느낌으로. 나머지도 덜 진중하고 가볍게.)
- 사용한 폰트 정보 추가 (KoPub바탕, KoPub돋움, 온글잎 박다현체(맛집정보), 고운돋움(표지제목), 윤고딕(별빛길드로고))
- (대기중) 배본사 견적 답장 오면 -> 수익 시뮬레이션 다시 하기 (업체 수수료가 아니라 내 수익이 50%면 할만 할지도?)

* 출간 대기 목록 *  (원판: [5m] 출간 예정 목록 정리 - https://milimiliemilie.tistory.com/m/24)
- 돌고 돌아 돈까스: Ongoing
- 눕눕 임산부 일기: 다 뭉쳤고, 다듬기 필요
- 이다지도 낯선 육아: 마저 뭉쳐야 함 (6개월로 분할?)
- 교환학생은 런던에서: 뭉쳤으나 완전 퇴고 필요
- 쉬워도 너무 쉬운 토핑 이유식: 아직 쓰고 있음. 꿀팁/레시피 보강 필요.